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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랩 작업

[크랩단편] 그 아저씨네 마당에는 정말 멋진 나무가 있었습니다.





대머리 옥토 아저씨 집 마당에는 정말 크고 멋진 나무가 있었어요.

보기만 해도 기대고 싶어지는 그런 나무지요.

그 나무는 옥토 아저씨의 자랑이었어요.

 







하지만 옥토 아저씨에게는 걱정도 있었어요.

요즘 이 멋진 나무를 괴롭히는 녀석들이 나타났거든요.

그것은 바로 갈매기들이었어요.

보기만 해도 기대고 싶어지는 이 이 멋진 나무는 갈매기들에게도 대 인기였답니다.

매일매일 몰려들어 시끄럽게 떠들고 더럽게 똥을 싸는 갈매기들 때문에 옥토 아저씨는 너무 화가 났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갈매기들은 나무를 떠나지 않았어요.

화가 난 옥토 아저씨가 쫒아내도 잠깐뿐.

어느 새 잔뜩 날아들어 돌아서는 옥토 아저씨의 뒤를 비웃었어요.

 

옥토 아저씨는 귀도 아프고, 냄새에 코도 막힐 지경이었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나무가 점점 더러워져 가는 것이었어요.

자신의 자랑거리가 점점 망가져가는 것은 정말 지켜보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결국 화를 참지 못 한 옥토 아저씨는 병이 나서 누울 지경이 되었어요.

 

옥토 아저씨가 병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의사, 크랩 선생님은 옥토 아저씨를 찾아갔어요.

크랩 선생님은 옥토 아저씨를 진료하고 약을 지어준 뒤에 말했어요.

 

"우선 이 약을 드시면 기운이 좀 나실 겁니다.

하지만 화의 근원을 없애지 않으면 계속 아프실 거예요.

쥐 시장님께 가서 갈매기들을 쫓아달라고 하는 것을 어떨까요?"

 

약을 먹고 기운을 차린 옥토 아저씨는 그 길로 쥐 시장님을 찾아갔어요.

쥐 시장님은 굉장히 훌륭한 분으로, 저 멀리 있는 큰 도시에서도 시장을 했던 분이에요.

이따금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닌데.....' 같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지만,

다들 그것도 다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옥토 아저씨가 찾아갔을 때 시장님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지도를 보고 있었어요.

 

"왜 아무 일도 없지? 이러면 돈을 쓸 수가 없는데..... 돈을 쓰지 않으면 예산을 땡길 수가...... 뒷돈이......"

 

뭔가 고민하고 있는 시장님을 보면서 옥토 아저씨는 얼른 갈매기 문제를 말씀 드렸어요.

이렇게 마을을 위해 고민하는 시장님이라면 분명 문제를 해결해 줄 거 같았으니까요.

 

옥토 아저씨의 고민을 들은 쥐 시장님은 커다란 안경을 고쳐 쓰고 지도를 들여다봤어요.

쥐 시장님은 지독한 근시기 때문에 얼굴을 지도에 바싹 붙이고서야 옥토 아저씨의 집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여기가 자네 집이라는 거지? 갈매기가 문제야? 오호 그렇군. 걱정 마시게 내가 전문가를 보내서 처리해주지."

 

그 말에 안심한 옥토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와 갈매기들에게 소리쳤어요.

 

"이놈들! 이제 시장님이 아셨으니 다 쫓겨날 준비나 해라!"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갈매기들은 자기들끼리 떠들기 바빴어요.

옥토 아저씨는 분했지만, 곧 갈매기들을 쫓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참기로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쥐 시장님이 말씀하신 전문가는 하루가 가도 오지 않았어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전문가는 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참고 참던 옥토 아저씨가 다시 병이 날 때가 되었을 때 누군가 옥토 아저씨의 집을 찾아왔어요.

그것은 전문가인 두더지 반장이었어요.


 



", 그러니까 갈매기가 문제인거죠?"

", 그런데 왜 이렇게 늦으셨나요?"

", 그런 것은 알아서 뭘 하시려고?"

"? 그냥 궁금해서......"

"궁금할 것도 많네. 원래 이런 전문적인 일이 다 그래요.

공사 계획도 필요하고, 예산도 나와야 하고, 나랏일이 다 그렇단 말입니다."

 

한 번도 와보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계획을 세웠는지 궁금했지만, 옥토 아저씨는 더 이상 묻지 않았어요.

나랏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거니까요.

 

"하여간 갈매기가 문제니까 그 놈들이 오지 못 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니오?"

"맞습니다, 그럼요."

"어디 보자...... 아하 그렇구만. 별 것도 아니니 내가 일주일 안에 해결해주겠소."

"정말 일주일이면 될까요?"

"그렇지. 그렇지. 내가 원래 땅 위 전문이 아니긴 한데, 전문가의 눈으로 보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오."

"? 전문가가 아니세요?"

", 말이 그렇다는 거지. 땅 위에서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원래 땅 밑에서 아주 유명한 건축가요.

그런데 다들 그걸 몰라서 사촌형님인 쥐 시장님이 딱 불러주셨지."

 

쥐 시장님의 사촌이라는 말이 옥토 아저씨는 마음을 놓았어요.

두더지 반장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지만 쥐 시장님이 알고 보내신 거니 분명 두더지 반장도 훌륭한 전문가가 확실했어요.

 

다음 날부터 공사가 시작 됐어요.

두더지 반장은 나무 주변에 말뚝을 박고, 줄을 걸어 아무도 근처로 오지 못 하게 했어요.

그리고 그 옆에 천막을 치더니 [갈매기 퇴치 공사 운영 본부] 라는 팻말을 걸었어요.

누가 봐도 정말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옥토 아저씨는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일주일이 지나면 분명 갈매기가 없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비록 두더지 반장이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것 같고, 대부분 마을에 가서 놀았지만 걱정 하지 않았어요.

나랏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거니까요.

특히 어제는 쥐 시장님이 찾아와서 두더지 반장에게 열심히 하고 있다면 격려를 해주시고,

옥토 아저씨에게는 걱정 말라며 다시 한 번 약속을 해주셨어요.

이제 내일이면 일주일째에요.

갈매기가 없어지는 날이죠.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옥토 아저씨는 벼락이 치는 듯 한 큰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어요.

두 번 세 번 이어지는 벼락 소리에 옥토 아저씨가 서둘러 밖을 보았지만, 비는 오지 않았어요.

이상한 기분에 밖으로 나온 옥토 아저씨는 그 소리의 정체를 겨우 알 수 있었어요.

바로 나무가 베어지는 소리였지요.

 

 

큰 소리와 함께 나무가 쓰러졌어요.

그리고 가지에 앉아 있던 갈매기들은 모두 도망가 버렸어요.

 

", 이제 해결 됐소. 갈매기들이 왜 그렇게 여기를 좋아하나 했더니 다 저 나무 때문이더군.

이제 갈매기들이 올 일은 없을 거요."

 

옥토 아저씨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서있었고,

두더지 반장은 그 사이에 천막을 걷어서 떠나버렸어요.

이제 갈매기들은 사라졌고, 옥토 아저씨는 시끄러운 울음소리와 더러운 똥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그리고 얼마 뒤 부러진 나무를 방치해서 주변 미관을 해쳤다는 이유로 옥토 아저씨에게 벌금이 부과 되었어요.

 

이것으로 옥토 아저씨의 고민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