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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게시물/크랩의 상식 사전

오랜 시간에 걸친 예술과 대중성의 상관관계 변화



예술에 있어 대중성에 대한 문제는 아주 오랜 화두 입니다.


대중이 널리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예술의 가치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


아주 오랜 옛날 예술이 탄생했을 때 부터 있던 논쟁이었고,


최근에는 더욱 확대 되었습니다.


물론 그 성격은 좀 다르지만요.





본래 예술이라는 것 자체는 상류층, 지식층의 전유물 같은 것이었습니다.


충분한 여유를 갖추었거나 예술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지적 수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대중성에 대한 논란도 크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어차피 당장 먹고 사는게 중요한 대중들은 예술이라는 것이 필요하지도 않았지만요.


뭐 실용성을 추구했던 당시의 대중 문화가 지금에 와서는 예술로 받아들여지긴 합니다만....






하여간... 과거의 대중성 논란은 현대와 좀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과거에는 대중성이 없을 수록, 즉 상류층만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예술로 봤죠.


대중성이나 실용성을 추구한 문화는 천박한 서민 문화로 평가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자층의 일부는 이런 흐름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 무슨 예술인가 하는 점에 대한 고뇌죠.


사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 해도 자신만 알면 단순한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뭐 그래도 상관없고,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예술인들도 있습니다만....





죽, 과거에는 기본적으로 


"예술은 대중성을 갖출 필요가 없다. 오히려 대중성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 된 것이다."


라는 게 지배적인 관점이었습니다.


대중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일종의 진보 세력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관점은 지금도 쭉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대중성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


오히려 대중성 있는 문화가 진짜 예술이 아니냐는 관점이 더 크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지적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과거 천박한 대중문화로 일컬어지던 작품들이


세월의 흐름으로 타고 과거의 문화 유산, 혹은 예술로 받아들여진 것 또한 한 몫하고 있죠.


예를 든다면 소설이 되겠습니다.


고전소설, 고전문학 등으로 분류 되는 작품들 중 상당수는 과거 천박한 것으로 분류 된 경력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확실한 문화, 그리고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지요.


그런 만큼 과거에 비해 대중성을 갖춘 작품을 선호하는 지식층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죠.


그러다보니 이제는 논란의 구조가 역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수의 대중에 의해 이런 논란이 제기 되고 있죠.


"대중성이 없는 예술을 예술이라 할 수 있는가?"


많은 이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고, 의미를 부여하거나 혹은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니


이제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역시 예술의 조건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물론 아직도 지나친 대중성의 추구는 예술의 본질을 망치는 것이라는 의견이 많긴 합니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나친' 경우에 해당하죠.


지나친 대중성은 상업성과 연결이 되고,


이것은 자본주의 논리에 의거한 양산품을 탄생시킬 여지가 크니까요.





'상품'과 '작품'은 구분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그 기준에 대해서는 또 논란이 있습니다만.....


하여간 그러다 보니 현대에는 과거에서부터 예술로 인정된 의미 중시의 예술과


대중성을 기반으로한 예술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개념 확대라고 볼 수도 있겠죠.


과거의 예술이 '상류층 문화'를 지칭하는 것이었다면,


현대의 예술은 '인간 고유의 지적이고 감성적 활동 전반'으로요.


이런 개념의 확대를 일부에서는 경계를 침범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이런 관계 속에서 각각의 특성이 더욱 강화 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 할 수 있는 흐름이겠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극단적인 대중성을 지닌 예술이 발전하기도 하고,


극단적으로 폐쇄적인 예술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중 폐쇄성이 특화된 예술들이 현재 논란의 주역이 되고 있죠.


아무리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가적인 설명일 뿐이지


작품 자체만으로는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참고로 위 '그림'은 게르하르트 리히터라는 작가가 그린 <붉은 거울>이라는 작품입니다.


(경매 낙찰가 : 약 10억원)


그림판에다 빨간 페인트 부은게 아닙니다.




뭐 각자의 성향이라는 것이 있으니 그런 것을 추구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좀 지나친 감은 없지 않아 있습니다.


너무 의미부여 쪽으로만 치우치는게 아닌가 싶어서요.


오죽하면 개가 물어뜯은 물건조차 작품으로 취급 되겠습니까.





사실 대중성인가 의미중시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감이 있죠.


상식선에서 생각했을 때 가장 좋은 것은 둘 다 포함하는 것이니까요.


지나친 대중성은 예술성이 부족한 상품을 양산할 뿐이고,


지나친 의미중시는 부가 설명이 없으면 다른 이가 이해조차 할 수 없는 물건을 만들게 됩니다.


둘 모두를 잡는 것이 좋은 선택이겠지만......


자신의 색에 있어서 타협을 못 하는 게 또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뭐 개인적으로는 대중성이 높은 작품을 더 선호하긴 합니다.


현대 미술전 같은 곳을 가보기도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에게 맞는 감성은 느끼지 못 하겠더군요.


하지만 그러다고 그런 작품이 예술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그 역시 문화 발달로 인한 예술 문화의 한 갈래니까요.


(그 폐쇄성이 좀 지나치다 생각은 합니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면 한 축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경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기교보다는 의미부여가 중요하고, 기술적 측면 보다 독창성 등만을 중요시 한다면,


이후 예술계는 각계각층의 유명인이 빠르게 침식해들어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날 키아누 리브스가 화가로 전향한다고 밝히고,


자신만의 고뇌를 선으로 표혔했다며 적당한 그림을 몇 점 발표했을 때,


그 그림은 대중성과 극도의 의미부여를 동시에 갖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사례가 몇 번 발생한다면 후에는 작품 활동을 통해 유명한 예술인이 되는 것이 아닌,


유명해진 사람이 예술 활동을 하는 풍토가 자리 잡을 것입니다.


현재의 문화 흐름을 본다는 이런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