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추천하기에 참 곤란한 분야 중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 독서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혹은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원해서 하는게 독서라는 것이죠.
하지만 학부모의 요구는 항상 이거죠.
"어떤 책을 봐야 도움이 될까요?"
저는 책을 많이 보는 쪽에 속합니다.
한 달에 대략 5~10권 정도의 책을 읽죠.
대체로 소설책이고, 수필도 가끔 읽습니다.
좀 어릴 때는 더 많은 책을 봤습니다만, 최근에는 책 외에도 흥미로운게 많아서 좀 줄었죠.
동화, 과학, 소설, 민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떤 책을 봐야 도움이 될까요?" 라는 질문을 던지는 분들의 의도는 언제나 하나죠.
"어떻게 해야 공부, 입시에 도움이 되는 독서를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독서는 하다보니 도움이 되는 거지
처음부터 공부를 위해 독서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 곤란해죠.
"이 책이 재밌고, 이 책이 좋습니다." 하고 추천을 해줘도
"이게 도움이 될까요?" 하는 재질문이 날아오니까요.
학부모가 요구하는 독서의 요건은 보통 다음과 같습니다.
1. 사회, 과학, 시사 등의 상식을 길러줄 수 있을 것
2. 최근 이슈가 되거나 하여 논술이나 면접 등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
3. 베스트셀러나 청소년 추천도서
4. 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
가장 곤란한건 4번이고, 가장 답답한건 2번입니다.
이런 분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힘든 상황이죠.
한 가지 말씀 드릴 수 있는 사실은 위에서 요구하는 것이 '독서'가 아닌 '학습'일 뿐이라는 겁니다.
절대로 독서라고 볼 수 없고, 단순히 공부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원하는 것이죠.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교과서를 읽는 쪽이 나을 겁니다.
(참고로 사회나 국사, 국어책에는 재미로 읽은 만한 내용이 꽤 있습니다.)
대학 추천도서를 찾아서 읽고, 베스트셀러 목록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죠.
물론 그게 학생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지만요.
학부모가 원하는 독서는 취미로써 휴식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지만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이겠죠.
분명 독서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
학습관련 연구기관 등에서도 그런 목적으로 독서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게 있는데,
이 때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취미로써의 역할입니다.
거기에 부수적으로 딸려 오는 것이 학습 보조 효과인거죠.
물론 계획하기에 따라서, 혹은 학생의 필요에 의해서는 이 관계가 역전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취미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겁니다.
취미로 독서가 어느정도 굳어지게 되면 학습보조 효과는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단어와 문장 이해 능력 향상과 속독, 인과관계의 구조화 능력 등이 그것이죠.
사람에 따라 차이는 나겠지만, 그래도 문장 이해력이 향상 되는 효과 만큼은 확실히 나타납니다.
이것은 문제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결과를 불러오고,
같은 시간 내에 더 여유 있게 문제를 풀게 있게 만들어 줍니다.
독서 중에 얻은 상식이 문제 풀이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으로 당연히 딸려오는 효과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독서를 취미로 정착시키는 것이지,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는 책을 찾는게 아니라는 거죠.
주객이 전도 된 것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독서가 되지 않고, 학생 부담만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거죠.
휴식이나 스트레스 해소의 역할은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지나친 부담으로 인해 학습보조 효과도 미비하게 됩니다.
그냥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보기에 공부와 관련 없어보이는 책을 보고 있어도 볼 수 있게 해주는 배려가 필요 합니다.
"이런 거 볼 시간에 공부해."
"이런 거 보지 말랬지, 엄마가 보라는 건 다 봤어?"
이런 말은 아이가 어떤 책도 안 보게 되는 최악의 한 마디죠.
그리고 "우리 애가 책을 너무 안 봐서 걱정이에요." 라고 하는 학부모의 대부분은
아이가 어릴 때 저런 식으로 아이를 타박 한 적이 있습니다.
독서는 자연스러운 취미생활로 즐길 때 정말 도움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학습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공부를 위한 독서는 독서가 정말 몸에 익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순서를 무시하고 처음부터 공부를 목적으로 취미로써의 독서를 강요하면
그것은 단순한 학습 강요에 지나지 않음을 기억해주세요.
'(구)게시물 > 크랩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이 어려운 학생과 비문학이 어려운 학생이 갈리는 이유 (0) | 2014.08.24 |
---|---|
수능을 앞 둔 고3 수험생에게 여름 보약은 필요한가 (0) | 2014.08.01 |
경영학과 좀 그만 찾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세요. (0) | 2014.03.21 |
입학사정관 전형의 최대 부작용이란? (0) | 2014.03.14 |
20년 전의 선행학습과 지금의 선행학습의 변화 (0) | 2014.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