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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게시물/크랩의 문화 생활

[추천도서] 음악을 좋아하는 공무원, 『사신 치바』를 읽어보았다



『사신 치바』입니다.


인간의 죽음을 결정하는 사신의 이야기죠.


일단 말해둘 점은 이 책에 나오는 '사신'이라는 존재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사신이라고 하면 대충 이런 이미지잖아요?





서양에서 일명 레이스(wraith) 라고 부르는 사신의 이미지죠.


한국에는 저승사자라고 부르는 사신이 있기도 하고요.





뭐 어느쪽이든 확실한 것은 사신은 인간의 생명을 거두어 가는 존재라는 이미지입니다.


혼을 데리고 가든, 갈취하듯이 뺏든 어느 쪽이든 말이죠.


하지만 『사신 치바』에 등장하는 사신은 조금 다른 이미지입니다.


어떻게 다르냐 하면......


매너리즘에 빠진 공무원 같은 이미지...일까나요?





『사신 치바』에 등장하는 사신들은 죽음 후보에 오른 인물을 정리하는 정보부와


내용을 토대로 그 인물을 직접 만나보고 죽음의 판단을 하는 조사부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치바'는 조사부에 속하죠.


이 책의 이야기는 그 치바가 조사활동 중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상당히 훈훈한 내용을 예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뭐 악인이 후회하는 내용이나


자살하려던 인간이 다시 살아간 희망을 찾거나


기적적으로 병이 나아서 새로운 삶을 살거나


그런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사신들은 상당히 찌든 공무원 마인드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냥 설렁 설렁 시간을 보내다가 '죽음' 확정을 내립니다.


심지어 주인공인 치바조차 말이죠.





사신들이 좋아하고 흥미를 가지는 것은 유일하게 음악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인간으로서 가져야하는 감각이나 감정이 거의 없어 공감을 못 합니다.


뭐 그 편이 확실히 일을 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대충 인간의 죽음을 선고한다니 상당히 열 받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렇게 훌렁훌렁 죽일 바에는 훈훈한 분위기는 만들지 말라고.....





뭐 그래도 재미는 있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죠.


결과는 좀 열받는데 과정은 마음에 들고 그런 구조입니다.




한 때 '이 달의 추천도서' 같은 목록에 올라가기도 했던 책이니 읽어보면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