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쉬운 책으로 시작하는 겁니다.
사실 모든 일은 순서라는 게 있고 상급자 코스 전에는 초보자 단계를 거쳐야 하는게 당연한 일이죠.
수영을 배우러 간 아이에게 바로 수심 2m 짜리 코스를 추천하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스키를 처음 타는 아이를 데리고 산 정산으로 올라가는 부모도 없겠죠.
그런데 왜 독서는 그 순서를 안 지키시나요?
어째서 아이에게 어려운 책 부터 추천을 해주시나요?
책을 안 읽는다는 학생들 집에 보면 가장 많이 눈의 띄는게 베스트셀러와 추천고전입니다.
네, 좋은 책들이죠.
『정의란 무엇인가』, 현대 사회와 인간성, 도덕 등에 대한 좋은 고찰입니다.
『스티브잡스』, 21세기를 선도한 대단한 유명인사의 최신 위인전이고, 자서전 같은거죠.
『톨스토이 단편선』, 학생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잔뜩 있는 추천 도서죠.
그런데 문제는 이건 독서에 있어서 적어도 중급자 이상에게 추천할만한 도서라는 겁니다.
책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손에 아무리 쥐어줘도 제대로 읽지를 못 합니다.
이런 경우 오히려 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효과만 나오게 되죠.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접한 아이들에게 "책은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 버리는 겁니다.
이후로는 아무리 책을 읽게 하려고 해도 읽지를 않게 됩니다.
끽해야 만화책이나 읽는거죠.
왜?
만화책은 쉽고, 내용 전달이 빠를 뿐더러 시각적 자극이 주어지니까요.
그렇다고 만화가 마냥 쉽기만 한 것은 아니고, 나름의 장점도 많고 많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대부분은 독서가 익숙한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책은 어려운 것"이라고 박힌 아이들이 흥미본위로 만화를 봐서는 어디까지나 시간 때우기 수준을 못 벗어나죠.
뭐 만화로 시작해서 독서에 익숙해지는 경우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정말 거기에 맞는 관리지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독서가 익숙치 않은 학생들이 이 포스팅을 본다면
앞뒤 다 짤라먹고 "만화도 좋은 점 많다는데?" 라고 생각하겠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독서는 쉬운 책으로 시작해야 하는 겁니다.
원래는 아동기에 동화로 틀을 잡아야 하는게 맞습니다만,
대부분 동화 단계, 혹은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죠.
그게 뭐냐 하면 아이가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시점에서 독서는 접어두고 학습에만 집중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동기에 거쳤어야 하는 부분을 다 컸으니까 더 이상 필요 없다고 건너 뛰어버리죠.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아이가 몇 살이든 처음 시작은 그림이 많은 책이 적당합니다.
처음에는 그림으로 흥미과 이해를 돕고, 점차로 그림이 줄어들고 글이 많은 것을 봐야하죠.
장르도 동화나 민화 같은 것으로 시작해서 점차 심도 깊은 것으로 넘어가는게 좋습니다.
우리 아이는 중학생이니까 청소년 추천도서를?
도대체 청소년 추천도서라는 말을 누가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청소년 추천도서의 목록은 독서가 어느정도 익숙한 학생이 학습과 관련해서 읽을 수 있는 게 대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평소에 책을 안 읽던 학생에게 추천도서를 내밀어봤자 소용 없다는 거죠.
그리고 동화 같은 걸로 시작하는게 좋다니까 『마당을 나온 암탉』이런거 읽게 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거 무지 어려운 책입니다.
내용으로 보나 전개로 보나 일반적인 어린이 동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40~50대에 가정을 꾸리고 있는 여성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죠.
물론 그것도 재밌게 보는 아이들이 있긴 합니다만, 보통 '암탉이 불쌍해요' 정도에서 감상이 끝나죠.
작품의 여운이나 메세지의 대부분을 놓치기 때문에 책에 대한 흥미를 끌어나가기에는 부족합니다.
만약 아이가 좀 커서 한 페이지에 글 한 줄 정도 들어간 동화책을 읽기에는 좀 그렇다면
글이 많은 동화를 읽게 해주는게 좋습니다.
이솝우화, 안데르센 동화 등 그런 동화들은 잔뜩 있습니다.
그리고 간혹 오랜된 동화를 무시하는 분들이 계신데,
고전부터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학의 근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신화와 동화입니다.
절대로 무시할만한게 아니고 오히려 저는 적극 권장합니다.
만약 아이가 동화를 '유치하다'는 이유로 거부 한다면 동화와 유사한 구조의 글을 보게 해주는게 좋습니다.
탈무드라거나 중국고사 모음집이라거나 하는 것들이죠.
그러고보니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같은 것도 좋긴 한데 이게 절판 됐던가?
『먼나라 이웃나라』도 매우 좋은 책이죠.
만화 형식이기 때문에 아이가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 글이 많고, 학습적 요소 역시 많으니까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거 같은데 결국은 이겁니다.
독서는 그냥 한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일종의 기술입니다.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거죠.
나이를 떠나 초보자는 초보자 과정을 밟아야 중급, 고급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나이가 많을 경우 초급을 빨리 땔 수는 있어도 건너뛰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러니까 아이에게 책을 권할 때는 유명한 책 보다는 쉬운 책을 먼저 골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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